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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버티는 이유 : 제한적인 공급과 수요, 양극화

by T.E. 2026. 1. 10.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버티는 이유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대출 규제, 세금 강화, 거래 제한 등 강도 높은 정책을 수차례 반복해 왔다. 정책의 목적은 명확했다. 과도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러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보합 내지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정책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기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가진 구조적 특성과 수요의 성격이 정책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분명 시장의 속도를 늦추지만, 가격을 무너뜨릴 만큼의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 핵심 구조로 나누어 살펴본다.


 

1. 제한적인 공급과 매물 잠김

부동산 가격이 의미 있게 하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거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장에 충분한 매물이 등장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택 공급 구조는 이러한 가격 조정이 발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수도권과 주요 도심 지역은 이미 개발 가능한 토지가 거의 소진된 상태이며, 신규 택지 개발은 환경 규제, 주민 반발, 행정 절차로 인해 실제 공급까지 수년이 걸린다. 재건축과 재개발 역시 안전진단 강화, 조합 설립 지연, 인허가 절차 복잡화로 인해 공급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공급 여건은 더욱 악화된다. 대출 규제와 분양가 통제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신규 사업 추진 자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시장에는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구간에서는 가격이 일정 부분 하락하더라도 매도 시 세금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한다. 이 경우 집주인들은 가격이 더 오르거나 정책이 완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고, 거래량만 급감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를 흔히 ‘매물 잠김’이라고 부르며, 이 현상은 가격 조정 기능을 크게 약화시킨다.
결과적으로 규제는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가격을 끌어내릴 만큼의 공급 증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오히려 시장에 남아 있는 소수의 매물이 기준 가격 역할을 하면서, 가격은 하방 경직성을 띠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규제가 반복될수록 더욱 고착화되며, 부동산 가격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핵심적인 배경이 된다.


 

2.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버티는 두 번째 이유는 실수요 중심의 견고한 수요 구조다. 대한민국의 주택 수요는 여전히 거주 목적의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서는 일자리, 교육, 교통, 의료, 생활 편의 시설이 집중된 지역에 대한 선호가 구조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은 대체 가능한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요가 지속된다.
실수요자는 단기적인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매수 시점이 늦춰질 수는 있지만, 주거 이전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특히 결혼, 출산, 자녀 교육, 직장 이동과 같은 생애 주기 요인은 부동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일정 수준의 매수 수요는 항상 시장에 존재하게 된다.
또한 실수요자는 가격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선택을 쉽게 하지 않는다. 원하는 지역과 조건의 주택이 나왔을 때 매수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거래량은 줄어들어도, 가격을 크게 낮춰서까지 매도해야 할 압박은 시장에 형성되지 않는다.
특히 학군이 이미 형성된 지역이나 직주근접성이 뛰어난 도심 지역은 실수요가 끊기지 않는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규제가 수요를 제거하기보다는 매수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에 그친다. 결국 실수요 중심의 구조는 가격을 지지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며, 규제 국면에서도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3. 자산 대체 효과와 지역 양극화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유지되는 세 번째 이유는 자산 대체 효과와 지역 간 양극화다. 부동산은 여전히 대표적인 실물 자산으로 인식되며,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관하려는 수요가 존재한다. 규제가 강화되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금의 이동 경로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는 지역이나 유형에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이 시장 밖으로 완전히 이탈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이나 핵심 입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인기 지역에는 오히려 수요가 더 집중되고, 가격 방어력이 강화된다. 반면 인구 감소 지역이나 공급이 과도한 지역은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며 가격 조정을 겪는다.
이러한 흐름은 지역 간 가격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다. 일부 지역의 하락이 전체 시장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지역의 가격이 버티는 한, 시장 전체의 평균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체감상 ‘부동산 가격이 규제에도 불구하고 버틴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자산 대체 효과는 특히 중장기적으로 강하게 작용한다. 규제가 지속될수록 시장 참여자들은 규제 환경에 적응하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찾아 움직인다. 이러한 적응 과정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점점 양극화되고, 일부 지역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부동산 규제에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이유는 정책의 강도 부족이나 실패로만 설명할 수 없다. 제한적인 공급과 매물 잠김 구조, 실수요 중심의 견고한 수요, 자산 대체 효과와 지역 양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격 방어력이 형성된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유무나 강도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향후 시장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읽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