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어느 날부터인가 자기 손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모로반사도 남아 있고 팔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누워 있으면 팔과 다리를 계속 휘젓기만 했다. 손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순간 눈앞에 들어온 자신의 주먹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움직이는 주먹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한참을 바라봤다. 매일 보고 있는 아기인데도 어느 날 갑자기 ‘아, 지금 이 아이가 자기 몸을 발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어느 날부터 자기 손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한 아기
신생아 때 아기의 손은 대부분 꽉 쥔 주먹이었다. 손가락을 자유롭게 펴고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고, 팔을 움직여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가져가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생후 1~2개월쯤 지나면서 손을 조금씩 펴는 시간이 늘어나고, 우연히 눈앞에 들어온 손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CDC에서도 2개월 무렵의 발달 과정 중 하나로 ‘손을 잠깐 편다’를 제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눈앞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자신의 손과 움직임을 연결해서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아기도 어느 날 자기 주먹을 발견한 뒤로 한동안 손을 유심히 바라봤다. 주먹이 움직이면 눈도 따라 움직이고, 손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는 것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이게 뭐지? 내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네?’ 하고 알아가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아기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 눈에는 분명히 자기 몸을 처음 탐색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내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은 아기라고만 생각했는데,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작은 몸 안에서도 스스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손을 바라보는 아주 짧은 행동 하나가 단순한 귀여운 모습으로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였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씩 자신의 몸을 알아가고 있었고, 그 과정이 눈앞에서 시작되는 것을 내가 우연히 발견한 것 같았다.
2. 주먹을 입으로 가져가고 엄마 옷을 잡아보려 했던 귀여운 행동
손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누워서 놀다가 손이 얼굴 근처로 오면 입을 벌리고 주먹을 가져가 보기도 했다. 아직 손을 원하는 위치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서 주먹을 입에 넣으려다가 엉뚱하게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대기도 하고, 얼굴을 툭 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모습마저 너무 귀여웠다. 생후 2~4개월 무렵 아기가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손가락이나 주먹을 빨면서 손의 위치와 촉감을 알아가기도 하고, 입을 이용해 자신의 손을 탐색하기도 한다. 물론 어린 아기가 손을 입에 넣는 행동이 항상 배고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배고픔 신호가 함께 나타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고, 충분히 먹었는데도 편안한 표정으로 계속 손을 빠는 경우라면 단순한 탐색이나 자기 진정 행동일 수도 있다. 우리 아기를 보고 있으면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에게 안겨 있을 때 내 옷소매 쪽으로 손을 가져오기도 했다. 아직 제대로 잡지는 못하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옷을 만지고, 잡으려다가 놓치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 작은 손가락이 내 옷을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처음에는 우연히 손이 닿은 것처럼 보였는데 며칠 지나 다시 보면 조금씩 정확해지고 있었다. 손을 바라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저것을 만져보고 싶다’는 행동으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기의 손 하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3. 손을 뻗어 잡으려는 순간, 눈과 손이 연결되고 있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변화는 장난감이나 주변 물건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을 때였다. 처음에는 물건을 보고도 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 팔을 휘젓다가 우연히 장난감에 닿기도 하고,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손이 물건을 지나쳐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매일 조금씩 달라졌다. 한 번 실패하고 또 실패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물건이 있는 방향으로 팔을 움직이고, 손을 가까이 가져가려고 했다. CDC에서는 4개월 무렵 장난감을 향해 팔을 휘두르거나 손에 쥐여준 장난감을 잡는 행동을 주요 발달 과정으로 보고 있고, 이후 4~7개월 사이에는 눈으로 본 물건을 향해 손을 뻗고 잡는 능력이 더욱 정확해진다고 설명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가 손을 바라보던 순간부터 시작된 변화였다. 처음에는 자기 손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고,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 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촉감을 느껴보고, 그러다가 눈앞에 있는 장난감이나 엄마 옷소매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고, 위치를 파악하고, 팔을 움직이고, 손을 가져가고, 만지고 잡는 과정이 조금씩 연결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던 동작이 매일매일 조금씩 정확해지는 것도 신기했다. 어제보다 오늘 손이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오늘보다 며칠 뒤에는 제법 정확하게 장난감을 잡는 모습을 보면 아기의 집중력에도 놀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발달에도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아마 아기는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새로운 능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육아를 하면서 ‘성장한다’는 말을 이전과는 다르게 이해하게 됐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만 성장이 아니라, 자기 손을 처음 발견하고 그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져보는 순간도 분명한 성장의 한 장면이었다.
아기의 손 발달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바라보고, 입으로 가져가 보고, 손을 움직여 보고, 물건을 향해 뻗어보는 과정을 거치며 조금씩 발전한다. 우리 아기의 주먹 하나를 한참 바라보던 날부터 엄마 옷소매를 잡으려고 꼼지락거리던 순간까지, 그 작은 변화들을 매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육아의 참 묘한 기쁨인 것 같다. 누군가의 성장을 이렇게 처음부터 오롯이 바라볼 수 있다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 아기를 키우면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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