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우리 아기가 낯가림이 없는 줄 알았다. 신생아 때는 누가 안아줘도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가만히 안겨 있었고,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며 웃기 시작한 뒤에도 다른 사람이 앞에 있다고 특별히 다르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후 6~7개월이 조금 지나자 낯선 사람을 빤히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게 안아달라는 듯 손을 내밀기도 했다. 늘 편안하게 안겨 있던 아기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구분하는 것처럼 보이니 신기했다. 특히 자주 만나지 못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1. 아기의 낯가림 시작
신생아 때의 아기는 누가 안아주든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가 안아도, 아빠가 안아도, 처음 보는 친척이 안아도 특별히 거부하는 모습은 없었다. 물론 생후 100일이 되기 전부터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고 웃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이 앞에 있다고 울거나 경계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우리 아기는 낯가림이 별로 없는 편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생후 6~7개월쯤 되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 보는 사람이 아기를 안으면 상대방의 얼굴을 한참 빤히 바라봤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 생긴 건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표정이 달라지더니 갑자기 뿌앵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아빠가 가까이 있으면 안아달라는 듯 손을 내밀기도 했다. 이전에는 누구 품에 있든 편안해 보였는데, 이제는 낯선 사람과 익숙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아기의 낯가림은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나타날 수 있고, 8~10개월 전후에 더욱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모든 아기가 같은 시기에 낯가림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기도 처음부터 낯선 사람을 무서워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는 낯가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직 그런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기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육아의 재미이자 신기한 점이었다.
2. 낯선 사람은 경계해도 몇 번 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구분하는 아기
낯가림이 시작된 뒤에도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완전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쉽게 안기지 않으면서도,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잠깐 빤히 바라보거나 엄마 아빠에게 안겨 있으려고 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품에 안겨 있기도 했다. 조금 전까지 낯선 사람을 보고 울던 아기가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웃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했다.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얼굴이나 목소리를 기억하는 걸까? 정말 알아보는 것인지, 아니면 함께했던 경험이나 익숙한 분위기 때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아기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기는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 안아주는 방식 등을 경험하며 익숙한 사람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CDC에서도 생후 6개월 무렵의 발달 모습 중 하나로 익숙한 사람을 알아보는 행동을 제시하고 있으며, 9개월 무렵에는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거나 보호자에게 매달리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달 항목으로 안내한다. 우리 아기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을 기억하고 익숙함을 구분하는 능력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를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아기인데도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작은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3. 낯가림은 겁이 많아서가 아닌 성장과정의 하나일 뿐
처음에는 아기가 낯선 사람을 보고 우는 모습을 보며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을까 싶었다. 예전에는 잘 안겼는데 이제는 울면서 엄마 아빠를 찾으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낯가림은 단순히 겁이 많아서 나타나는 행동만은 아니라고 한다. 아기가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분하고, 이전의 경험을 기억하며, 불안하거나 낯선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보호자를 찾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낯선 사람이 갑자기 다가오면 엄마 아빠의 품에서 상황을 살피고, 충분히 관찰한 뒤 조금씩 경계를 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아기가 주변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낯가림이 심하다고 애착이 더 강하다거나, 낯가림이 없다고 애착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아기마다 타고난 기질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낯가림이 시작됐다고 억지로 다른 사람에게 안기게 하기보다는 부모 품에서 충분히 관찰할 시간을 주고, 아기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우리 아기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쉽게 가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조금 시간을 보내면 웃으며 놀고 안기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낯가림을 무조건 없애야 할 행동으로 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기가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을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천천히 경험하는 과정일 수 있으니까. 낯가림 하나만으로 아기의 사회성이나 인지능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매일 달라지는 반응을 지켜보는 엄마에게는 그 자체로 참 신기한 성장의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안기던 아기가 이제는 사람을 살피고, 익숙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며, 낯선 상황에서는 엄마 아빠를 찾는다. 그 작은 변화 속에도 사람을 기억하고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아기마다 낯가림의 시기와 정도는 다르지만, 내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육아가 주는 특별한 기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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