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서는 울음으로만 자신의 마음을 전하던 아기. 배가 고픈 건지, 잠이 오는 건지, 그저 엄마 품이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어 아기의 신호를 하나씩 알아가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아기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안아달라는 듯 몸을 기울였다.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무척 신기하고 감동적이었다. 아기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몸짓으로 전해 주었던 순간, 나도 비로소 우리 아기와 조금 더 깊이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기는 말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던 것 같다.
1. 아기가 안아달라고 손을 뻗는 시기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소리를 듣고, 익숙한 얼굴을 알아보고, 부모의 표정과 목소리에 반응하면서 조금씩 세상을 배워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언어 발달에도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하는 수용언어와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를 표현하는 표현언어가 있다.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더라도 아기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경험하며 이해하는 범위를 넓혀간다. 그래서 아기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거나, 아기가 내는 소리에 반응해 주는 것도 모두 소통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웃으면 아기도 웃어주고, 말을 걸면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러다 생후 6~7개월쯤 되었을 때, 앉아 있는 아기에게 두 팔을 내밀어 보았다. 그러자 아기도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하는 행동을 알아차리고 똑같이 대답해 주는 것 같았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뿐인데 아기가 그 행동에 반응하며 자신도 안기고 싶다는 듯 표현해 주니, 그저 귀엽다는 마음을 넘어 이제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아달라는 듯 팔을 뻗는 행동은 대체로 생후 6~9개월 무렵부터 나타날 수 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생후 9개월 발달 지표 중 하나로 안아 올려 달라는 듯 팔을 들어 올리는 행동을 제시한다. 물론 모든 아기가 같은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기는 양팔을 높이 들고, 어떤 아기는 부모 쪽으로 몸을 기울이거나 손을 뻗으며, 익숙한 사람을 바라보고 소리를 내기도 한다. 발달 시기는 아이마다 다르고, 표현 방식도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시기에 팔을 뻗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기가 평소 어떻게 눈을 맞추고, 소리와 표정으로 반응하며, 주변 사람과 상호작용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말을 하기 전부터 아기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모와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2. 두 팔을 뻗는 작은 몸짓에 담긴 의미
아기가 팔을 뻗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행동에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아기를 안아 올리고, 달래고, 먹이며 아기의 필요를 짐작해야 했다면 이제는 아기가 먼저 나를 향해 무언가를 요청하고 있었다. 아직 “엄마, 안아줘”라는 말을 할 수는 없어도 자신의 행동으로 원하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는 태어난 뒤부터 울음과 표정, 시선, 몸짓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린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거나 불편할 때 울음으로 신호를 보내지만, 자라면서 원하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팔을 뻗거나 몸을 기울이는 것도 그런 변화 중 하나다. 아기가 단순히 팔을 움직인 것인지, 실제로 안아달라는 뜻을 표현한 것인지는 그때의 상황과 다른 행동을 함께 살펴보아야 하지만, 부모에게 다가가려는 듯한 행동이 반복된다면 아기가 자신의 욕구를 전달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모가 안아주고 달래주는 경험이 쌓이면 아기는 자신이 보내는 신호에 주변 사람이 반응한다는 것도 경험하게 된다. 팔을 뻗으면 엄마가 다가오고, 몸을 기울이면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기는 자신의 행동과 주변의 반응을 연결해 배워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 순간이 아기가 나를 향해 보내는 작은 대답처럼 느껴졌다. 한 번은 장난을 치느라 바로 안아주지 않았더니 아기가 울먹이는 표정을 지었다. 안아달라는 마음을 표현했는데 엄마가 바로 응답하지 않으니 서운했던 걸까. 정확히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작은 표정만으로도 아기가 무언가를 원하고 있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이 나면서도 얼른 품에 안아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기가 나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행동으로 답해 주었다는 점이다. 내가 먼저 팔을 내밀고, 아기가 똑같이 팔을 벌리고, 내가 그 의미를 알아차려 안아주는 과정은 짧지만 분명한 주고받음이었다. 아기는 아직 말을 하지 못했지만 몸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나는 그 신호에 반응하며 대답하고 있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 초기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의 중요한 바탕이 된다. 그래서 아기가 팔을 뻗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안아달라고 했어?”, “엄마한테 오고 싶었구나” 하고 말로 표현해 주어도 좋다. 아기의 행동에 의미를 붙여주고 반응하는 과정은 아기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부모와 소통하는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
3. 처음 팔을 뻗던 아기가 이제는 ‘안아줘’라고 말하는구나
아기의 발달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성장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일 것이다. 처음에는 눈을 맞추고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신기했고,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아기가 나를 바라보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그러다 손을 뻗고, 몸을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자라면서 새로운 행동을 하나씩 보여줄 때마다 기뻤지만, 그중에서도 안아달라는 듯 두 팔을 벌리던 모습은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전까지는 내가 먼저 아기를 안아주고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아기가 먼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아기가 부모에게 팔을 뻗는다고 해서 그 순간부터 모든 의사소통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상대방의 반응을 경험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그래도 말 한마디 없이 두 팔을 벌렸던 그 작은 행동은 아기와 나 사이에 새로운 소통의 문이 열리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두 돌이 지난 지금, 우리 아기는 안아달라는 말을 직접 한다. 이제는 다가와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거나 두 팔을 벌려 품에 안기기도 한다. 아기가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반가운 성장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오히려 처음 팔을 뻗던 순간이 자꾸 떠오른다. 그때의 작은 손과 앞으로 기울이던 몸, 바로 안아주지 않자 울먹이던 표정까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금은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아이가 그때는 작은 몸짓 하나로 나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 작고 여린 아기가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싫고 좋은 것을 구분하고, 원하는 것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니 기특하고 대견하다. 육아를 하다 보면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상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득 예전 사진을 보거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면 아이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쳐왔는지 실감하게 된다. 부모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을지 몰라도 아기에게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이는 자라고 있고, 나 역시 아이의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응답하는 엄마로 조금씩 자라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아이가 안아달라고 다가오면 가능한 한 꼭 안아주려고 한다. 언젠가 지금처럼 엄마 품을 찾는 순간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 내게 팔을 뻗던 그 모습이 오래도록 사랑스럽게 기억되는 것처럼, 지금 내 품에 안기는 순간들도 훗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아기가 처음 두 팔을 뻗어 안아달라고 표현했던 순간은 단순히 새로운 행동을 발견한 날이 아니었다. 말이 없어도 서로의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 더 깊이 느낀 날이었다. 이제는 말로 안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를 꼭 품에 안아줄 때마다 처음 내게 손을 내밀던 작고 귀여운 모습이 떠오른다. 앞으로 아이가 얼마나 더 많은 말을 배우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될까.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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