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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두돌아기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 이유, 한 책만 고집하는 아기

by Leid 2026. 10. 23.

아기가 말문이 트이고 엄마 아빠의 말을 제법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책 읽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재미있어졌다. 예전에는 내가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가 아는 단어를 먼저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다른 고민이 생겼다. 책장에는 읽어줄 책이 한가득인데 아이는 늘 똑같은 책만 가져오는 것이었다. 한 번 읽어주는 것으로는 부족한지 한 자리에서 같은 책을 열 번 넘게 읽어준 적도 있다. 오죽하면 나중에는 책을 보지 않고도 글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솔직히 엄마인 나에게는 조금 유치하게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고, 같은 이야기를 열 번씩 읽다 보면 지루해지기도 했다. 새로운 책도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다른 책을 권해 봤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한 가지 책만 고집하는지 궁금했는데, 그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 두돌아기는 왜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할까?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생겼으니 한동안 그 책만 읽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책을 가져오고, 이미 내용을 다 아는 것 같은데도 처음 읽는 것처럼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신기했다. 어른에게는 결말까지 외워버린 익숙한 이야기지만, 아이에게는 반복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한다. 두돌 무렵에는 기억력과 언어 이해력이 발달하면서 익숙한 이야기를 다시 듣고 내용을 확인하는 일이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다음 페이지에 무엇이 나올지 기억하고, 등장인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하고, 부모가 읽어주는 문장을 먼저 말해 보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실제로 펼쳐지면 반갑고 뿌듯한 마음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같은 책을 가져올 때마다 꼭 똑같은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등장인물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고, 어떤 날은 그림 속 작은 사물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어른인 나는 글을 읽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으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그림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었던 셈이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며 의미를 알아가는 공간일 수 있다. 그러니 엄마에게는 이미 익숙한 한 권의 책도 아이에게는 아직 발견할 것이 남아 있는 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두돌 무렵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엇을 읽을지 선택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보는 일도 아이에게는 자기 뜻대로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이 된다. 익숙한 책은 내용과 결말을 알고 있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특히 잠들기 전이나 피곤할 때 같은 책을 더 찾는다면, 좋아하는 이야기뿐 아니라 익숙한 일과에서 안정감을 얻고 있을 수도 있다. 아이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다르겠지만,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것을 싫어하거나 고집이 심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 책이 아이에게 충분히 재미있고, 아직 더 알아가고 싶은 대상이라는 의미일 수 있었다.


2. 다른 책을 읽자고해도 한 책만 읽어달라고 하는 아기 대응방법

엄마 입장에서는 책장에 있는 다양한 책도 읽어주고 싶다. 동물 이야기부터 생활 습관을 알려주는 책, 새로운 낱말을 배울 수 있는 책까지 읽어줄 만한 책은 많은데 매번 같은 책만 읽다 보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다가 다른 책을 슬쩍 꺼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원래 읽던 책을 찾으며 거부하면 결국 다시 그 책을 펼치게 됐다. 처음에는 이렇게 계속 같은 책만 읽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반복해서 읽는 것 자체가 언어와 기억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나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새로운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원하는 책만 무조건 끝없이 읽어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모도 지치지 않고 책 읽는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니,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충분히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책을 소개하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동차가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자동차가 등장하는 다른 책을 보여주거나, 좋아하는 책 속에 나온 동물과 비슷한 동물이 등장하는 책을 꺼내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익숙한 관심사에서 출발하면 전혀 새로운 주제의 책보다 부담 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꼭 지금 당장 새로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림 몇 장만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또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읽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볼 수 있다. 예전에는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림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여기 강아지가 어디 있지?”, “곰돌이가 뭘 하고 있을까?” 하고 가볍게 물어보거나 아이가 먼저 가리키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문장은 잠깐 기다렸다가 직접 말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다만 책 읽는 시간이 시험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질문을 너무 많이 하지는 않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면 그대로 읽어주고, 그림을 자세히 보고 싶어 한다면 함께 관찰해 주면 된다.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했는지 확인하기보다 아이가 즐겁게 참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편이 좋았다.
무엇보다 다른 책을 거부한다고 해서 매번 설득하거나 억지로 바꿔 읽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는 그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새로운 책은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자연스럽게 제안해도 늦지 않다. 부모가 먼저 새 책을 재미있게 펼쳐 보거나 그림을 보며 혼잣말하듯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다가오면 함께 읽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된다. 두돌 무렵에는 책을 몇 권 읽었는지보다 책을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3. 한 책을 수십번 읽어주면서 엄마인 내가 배운 것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책을 읽어주는 내 모습도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글을 빠뜨리지 않고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가져온 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면 다 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글을 읽는 엄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엄마가 글을 따라가는 동안 아이는 그림 속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살펴보고, 구석에 그려진 작은 사물까지 발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읽은 책인데도 아이가 특정 페이지에서 오래 머무르거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아이는 새롭게 발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줄 때 조금 천천히 그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글을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대신 그림 속에 무엇이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가 가리키는 것이 있으면 잠깐 멈춰서 바라봤다.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를 말하면 그 말을 이어 받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자 아이도 책을 더 즐겁게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아이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그저 익숙한 문장을 듣고 싶어 했고, 어떤 날은 특정 장면만 반복해서 보고 싶어 했다. 그럴 때는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주었다. 같은 책이라도 함께 보는 방식에 따라 독서 시간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같은 책만 읽는 행동이 걱정스러운 경우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찾는 행동 하나만으로 발달 문제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반복은 아이가 내용을 기억하고 익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책에 대한 선호뿐 아니라 전반적인 의사소통이나 사람과 관심을 주고받는 모습, 놀이 발달 등에서도 걱정되는 점이 함께 나타난다면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이전에 사용하던 말이나 반응이 줄어드는 등 발달상 변화가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단순히 다른 책을 거부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읽어달라고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지금도 같은 책을 열 번 넘게 읽어달라고 하면 엄마인 나도 지칠 때가 있다. 이미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로 읽은 책을 또 펼치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그 책에서 아직 발견할 것이 남아 있고,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는 책을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있었다. 어른에게는 뻔한 이야기라도 아이에게는 여전히 재미있는 세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두돌아기가 같은 책만 계속 읽어달라고 한다면 새로운 책으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부터 내려놓아도 좋겠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으며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기억하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언젠가는 지금 그렇게 좋아하던 책을 더 이상 가져오지 않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같은 책을 펼쳐 달라는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려고 한다. 엄마에게는 익숙한 열 번째 이야기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발견이 기다리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