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태어나고 한동안은 울음소리 외에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오”, “우~”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이것도 말을 하는 건가 싶어 신기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가 점점 다양해지고 “마마마”, “바바바” 같은 옹알이까지 시작하니 그제야 아기가 정말 하루하루 자라고 있다는 게 실감났다. 특히 ‘엄마’, ‘아빠’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작은 한마디가 그렇게 뭉클할 수가 없었다.
1. 신생아의 소리에서 쿠잉, 옹알이까지
처음 신생아 때는 아기가 말을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배가 고프면 울고, 불편하면 끙끙대고, 잠을 자면서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한 달 정도 지나니 조금씩 “아오”, “우~”, “아우어”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생아 때 내던 끙끙거리는 소리와는 확실히 달랐다. 내가 옆에서 말을 걸면 가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아~” 하고 소리를 내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계속 말을 걸게 됐다. 찾아보니 이런 시기의 소리를 쿠잉(cooing)이라고 했다. 보통 생후 2~4개월 무렵 “아”, “우”처럼 모음에 가까운 부드러운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 아기도 백일을 지나면서부터 소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깍깍거리기도 하고, 혼자 누워서 “아오아우어” 하며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옆에서 듣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는 하나도 모르겠는데도 괜히 대답을 해줬다. “그래? 우리 아기 무슨 말 하는 거야?” 하고 말을 걸면 또 한참 소리를 냈다. 그때는 그저 귀여운 행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과정이 아기가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입과 혀를 움직이며 말소리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라고 한다. 이후 4~6개월 무렵부터는 “바”, “마”, “다”처럼 자음과 모음이 섞인 소리가 나타나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옹알이에 가까워진다. 특히 6개월 전후부터는 같은 음절을 반복하는 모습이 점점 많아지고, 7~9개월에는 “마마마”, “바바바”, “다다다” 같은 소리를 자주 내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기도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2. ‘엄마’, ‘아빠’라고 했는데 진짜 말을 한 걸까?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기다려졌던 말은 역시 ‘엄마’와 ‘아빠’였다. 그런데 막상 처음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게 정말 나를 부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아기는 7개월쯤 되었을 때 ‘아빠’를 먼저 말하기 시작했고, 8개월쯤에는 ‘엄마’라는 소리를 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나도 너무 신기해서 “엄마라고 했어? 엄마라고 했지?” 하며 몇 번이나 다시 물어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기는 나를 보지도 않고 혼자 놀면서 “엄마엄마엄마” 하고 있었다. 아빠를 보면서 한 말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는 ‘엄마’라는 말을 했다기보다는 옹알이 과정에서 우연히 익숙한 음절이 나온 것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기가 “마마마”라고 반복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엄마라는 의미는 아니다. 옹알이에서는 아기가 소리 자체를 재미있어하면서 “마마마”, “바바바”, “다다다” 같은 음절을 반복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소리에 특정한 의미가 생겼는지였다. 우리 아기도 10개월쯤 되니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눈앞에 나타나면 “엄마”라고 하고, 아빠가 오면 “아빠”라고 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나도 ‘아, 이제 정말 엄마라는 사람을 알고 엄마라고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CDC에서도 12개월 무렵 부모를 부르는 특별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언어·의사소통 발달의 중요한 이정표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단어가 나오는 시기는 아기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10개월에 말하는 아기도 있고 첫돌을 전후해 시작하는 아기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확히 몇 개월에 “엄마”를 말했느냐보다 소리가 점점 다양해지고, 사람이나 상황에 맞는 의미를 붙이며 의사소통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
3. 아기의 옹알이는 엄마와 나누는 첫 대화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옹알이를 시작한 뒤부터 아기와 나 사이에 아주 작은 대화가 생겼던 것 같다. 아기가 “아아~” 하면 나도 “아아~” 하고 따라 하고, 아기가 “바바바” 하면 나도 똑같이 따라 했다. 그러면 아기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또 소리를 냈다. 그때는 단순히 재미있어서 따라 해준 것인데, 이런 주고받는 과정 자체가 아기에게는 대화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내가 말을 걸고 아기가 소리를 내고, 내가 다시 반응해주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기는 자신이 소리를 내면 상대방이 반응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한 뒤부터 더 많이 말을 걸어주려고 했다. “엄마 여기 있어.” “우리 아기 뭐 하고 있어?” “맘마 먹을까?” 하면서 특별한 말을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해줬다. 아기가 “마마마” 하고 있으면 “엄마?” 하고 대답하고, “바바” 하면 “바바 했어?” 하고 웃어줬다. 아직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데도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옹알이하던 아기가 어느 날 나를 보고 “엄마”라고 하고, 아빠를 보며 “아빠”라고 하는 순간이 왔다. 태어났을 때는 울음으로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던 작은 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엄마와 아빠를 구별하고 자기 목소리로 우리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그때는 ‘아기가 말을 배웠다’는 것보다 ‘이제 우리와 대화를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뭉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의 첫말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신생아 때의 작은 소리에서 쿠잉으로, 쿠잉에서 옹알이로, 그리고 반복되는 “마마마”, “바바바”를 거쳐 조금씩 의미 있는 단어가 되어갔다. 쿠잉은 목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이고, 옹알이는 말소리를 만들어가는 연습이며, ‘엄마’와 ‘아빠’는 그 소리에 의미가 붙으면서 시작되는 첫 언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옆에서 함께 웃고 대답해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 자극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귀여운 소리였던 옹알이가 어느 순간 나를 부르는 말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 아기를 키우면서 느낀 가장 신기하고 뭉클한 순간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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