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개월쯤 되니 아기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했다. 혼자 걷는 것도 제법 익숙해지고, 눈에 보이는 것은 직접 가서 만져보고 싶어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도 분명해지는 시기였다. 그런데 아이가 원하는 것과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것이 달라지는 순간도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모차와 카시트였다. 원래도 유모차를 좋아하지 않는 아기였는데 18개월에 접어들면서 거부가 더 심해졌고, 카시트에 앉히려고 하면 온몸을 뒤집으며 울기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집이 세진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걷고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커지면서 ‘내가 하고 싶다’는 자율성도 함께 커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
1. 18개월 아기가 유모차와 카시트를 싫어하는 이유
18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아이가 정말 많이 걷게 됐다는 것이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엄마 손을 잡거나 가구를 붙잡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혼자서 어디든 가려고 했다. CDC의 18개월 발달 기준에도 혼자 걷고, 소파나 의자에 오르내리고, 부모에게서 잠시 떨어져 움직이면서도 부모가 가까이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내가 직접 움직여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 한창 걸어 다니고 싶은데 갑자기 유모차에 앉혀지면 아이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유모차가 싫어’라기보다는 ‘나 지금 걷고 싶은데 왜 앉혀?’에 가까운 마음일지도 모른다.
우리 아기도 딱 그랬다. 유모차에 앉히려고 하면 본인이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아주 격렬하게 거부했다. 카시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모차와 카시트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카시트는 아이가 아무리 싫어해도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시트에 앉히는 순간만큼은 울고 뒤집어져도 결국 태울 수밖에 없었다. 18개월이라고 해서 카시트 거부를 이유로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하거나 카시트 사용을 생략할 수는 없다. AAP는 아이가 카시트 제조사가 정한 신장과 체중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가능한 한 오래 후방보기로 탑승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결국 아이가 싫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주되, 카시트 착용이라는 안전 규칙 자체는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카시트 타기 싫구나. 엄마도 알아. 그래도 차를 탈 때는 카시트에 앉아야 해.” 정도로 짧게 말하고 행동은 그대로 하는 것. 우리 아기도 매번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고 여전히 많이 울었지만, 적어도 엄마인 나는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과 ‘안전하게 태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게 됐다.
2. 유모차는 포기하고, 카시트는 끝까지 지키기로 했다
카시트와 달리 유모차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장시간 이동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유모차가 훨씬 편하고 안전할 때가 있지만, 쇼핑몰이나 공원처럼 아이가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라면 굳이 계속 유모차에 앉혀놓을 필요는 없었다. 유모차에 태웠다가 아이가 뒤집어지게 울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음이 되고, 엄마 아빠 역시 아이를 달래느라 진이 빠진다. 무엇보다 아이는 계속 나가고 싶다고 울고 있는데 그걸 억지로 앉혀놓는 것이 과연 좋은 방법일까 싶었다. 그래서 우리 아기는 안전한 장소에서는 조금 걷게 해주기로 했다. 외출하자마자 무조건 유모차에 태우기보다는 걸을 수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걷게 하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유모차를 이용하는 식으로 조금씩 타협했다.
그런데 우리 아기는 유모차를 타는 것보다 직접 끌고 다니는 것을 더 좋아했다.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직접 끌고 가려고 했다. 아직 키도 작고 힘도 별로 없는데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유모차를 낑낑거리며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으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엄마 아빠가 보기에는 유모차를 끄는 것보다 그냥 태워서 가는 것이 훨씬 편했지만, 아이에게는 그것도 하나의 놀이이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굳이 빼앗지 않았다. 걷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멈춰서 만져보고, 길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걷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엄마 아빠가 데리고 다니는 곳을 따라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직접 발견하고 선택하는 것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유모차에 얌전히 앉아주면 훨씬 편하다. 하지만 아이가 걷고 싶어 하는 것을 무조건 거부할 필요도 없었다. 안전한 공간이라면 걷게 해주고, 다시 유모차를 타야 할 때는 선택권을 조금 주는 식으로 조절했다. “유모차 탈까 말까?”처럼 타는 것 자체를 협상하기보다는 “곰 인형 가지고 탈까, 자동차 가지고 탈까?”처럼 유모차를 타는 것은 정해놓고 그 안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법도 활용했다.
3. 18개월 ‘싫어!’ 속에서 자율성을 키워주는 방법
18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느낀 자율성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작은 영역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중요했다. 예를 들어 외출할 때 “신발 신을래?”라고 물으면 아이는 당연히 “싫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동화 신을까, 다른 신발 신을까?” 또는 “엄마가 신겨줄까, 네가 해볼까?”라고 물으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CDC에서도 18개월 아이에게 두 가지 정도의 간단한 선택권을 주는 것을 권하고 있다. 모든 것을 부모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범위 안에서 아이가 직접 선택해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른도 누군가가 시키는 것만 계속해야 한다면 답답할 텐데,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에게는 그 마음이 훨씬 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싫어’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을 조금씩 만들어주려고 했다. 유모차를 타야 한다면 어떤 장난감을 가져갈지 고르게 하고, 차를 타야 한다면 카시트에서 가지고 놀 작은 장난감이나 책을 준비했다. 카시트에서는 동요를 불러주거나 계속 말을 걸어주면서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울 때는 울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설득해서 울음을 완전히 멈추게 하려고 하기보다 “싫구나. 카시트 앉기 싫었어. 그래도 차가 움직일 때는 카시트에 앉아야 해.”라고 짧게 말해주려고 했다. 아이의 감정은 인정하지만 안전에 관한 규칙까지 바꾸지는 않는 것이다. 반대로 유모차처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내려놓았다. 아이가 너무 걷고 싶어 한다면 안전한 장소에서는 걷게 해주고, 충분히 걸은 뒤 다시 유모차를 타도록 했다. 모든 것을 아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율성은 아니었다. 부모가 정해야 하는 선은 분명하게 정하고, 그 선 안에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지금 우리 아기에게 필요한 것 같았다.
아직 초보 부모인 나는 안전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다. 아이를 보호하려다 보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말하게 되고, 반대로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두다 보면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18개월이 된 아이를 지켜보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아이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고, 걷다가 나뭇잎 하나를 주워보고, 궁금한 것을 만져보는 그 모든 행동이 단순한 떼쓰기가 아니라 세상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부모가 모든 길을 정해주는 것보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직접 걸어보고 선택해볼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했다.
18개월의 유모차·카시트 거부는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자율성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가 “싫어!”라고 할 때 무조건 없애려고 하기보다 먼저 생각해본다. 이것은 정말 안 되는 일인가, 아니면 엄마 아빠가 조금 양보해도 되는 일인가. 카시트처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단호하게, 유모차처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조금 여유롭게. 아직은 매일 시행착오 중이지만, 그렇게 아이와 함께 균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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