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아 때는 밤낮없이 2~3시간에 한 번씩 먹고 자던 아기가 어느 순간부터 밤에 조금씩 길게 자기 시작했다. 낮잠 횟수도 줄어들고 밤잠이 길어지면서 ‘이제 조금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겨우 찾아온 수면 패턴이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무너졌다. 아기가 급성장하는 시기였는지 밤에 자다가 울면서 깨는 일이 많아졌고, 이상하게 밤에는 자주 깨면서 낮에는 오래 자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보니 정말 밤낮이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아기의 수면 패턴이 뒤집히니 자연스럽게 내 수면 패턴도 함께 무너졌고, 이제 겨우 밤잠이 길어졌다고 좋아했던 터라 더 힘들게 느껴졌다.
1. 겨우 자리잡은 통잠, 다시 무너짐...
신생아 때는 원래 잠을 자주 깨니까 그러려니 했다. 2~3시간마다 수유하고 다시 재우는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 조금씩 밤잠이 길어졌다. 어느 순간에는 밤에 한 번 길게 자는 시간이 생겼고, 낮에도 예전처럼 계속 자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데 3개월쯤 되었을 때 갑자기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밤에 잘 자던 아기가 밤이 되면 자주 깨기 시작했고, 울면서 깨는 날도 있었다. 반대로 낮에는 잠이 쏟아지는지 낮잠을 길게 자려고 했다. 밤에는 깨서 한참을 있고 낮에는 깊이 잠드는 모습이 반복되니 어느 순간부터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이제 막 내 몸도 밤잠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신생아 때의 수면 부족을 겨우 견디고 ‘이제 밤에는 조금 잘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새벽마다 깨야 하니 정말 피곤했다. 낮에는 아기가 자니까 나도 같이 자고 싶었지만 집안일도 해야 했고, 결국 하루 종일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는 아기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3개월 무렵에는 아직 수면 리듬이 완전히 자리 잡은 시기가 아니고, 생후 3~6개월에 걸쳐 낮과 밤의 차이를 인식하는 일주기 리듬이 점차 발달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밤낮 변화가 부모가 뭔가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2. 암막커튼을 걷고, 낮잠을 밝은 거실에서 재우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는 아기가 잘 자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낮잠을 잘 때도 밤잠과 똑같이 암막커튼을 치고 방을 어둡게 만들었다. 아기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깊게 자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밤낮이 바뀌고 나니 낮과 밤의 환경을 똑같이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기가 낮과 밤의 차이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한번 바꿔보기로 했다.
그때부터 낮잠을 재울 때 암막커튼을 치지 않았다. 심지어 아기 침대에서 꼭 재워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놓고,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낮잠을 재웠다. 거실에는 햇빛도 들어오고 생활 소리도 들렸다. 내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생활했고, 일부러 집 전체를 조용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나도 조금 불안했다. ‘이렇게 밝은데 아기가 제대로 잘 수 있을까?’ 싶었다. 그동안은 아기가 자면 최대한 어둡고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아기는 생각보다 잘 잤다. 낮잠을 잘 때마다 어둡게 만드는 대신 자연스럽게 밝은 환경에서 잠들도록 해주고, 깨어났을 때는 커튼을 열어둔 채 생활했다.
반대로 밤에는 불을 어둡게 하고 최대한 조용하게 지냈다. 수유를 하더라도 말을 많이 하거나 놀아주지 않고 다시 잠들 수 있도록 했다. 낮에는 밝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밤에는 어둡고 조용하게 지내는 차이를 반복해서 만들어주려고 했다.
3. 3~4일 만에 다시 돌아온 아기의 밤 통잠
그렇게 낮잠 환경을 바꾼 뒤 하루 이틀 만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계속 같은 방식으로 낮에는 밝게, 밤에는 어둡게 생활했다. 며칠 지나자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낮잠을 자는 시간과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더니, 신기하게도 3~4일 정도 지나자 다시 밤에 자고 낮에 깨어 있는 패턴으로 돌아왔다. 완전히 똑같은 시간표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밤에 몇 시간씩 깨어 있고 낮에 몰아서 자던 모습은 사라졌다.
그때 정말 신기했다. 아기는 아직 너무 작고 하루 대부분을 먹고 자는 것처럼 보이는데, 주변 환경을 조금 바꿔주니 자기 몸의 리듬을 다시 찾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모든 아기가 똑같이 3~4일 만에 수면 패턴을 되찾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낮과 밤의 환경을 확실하게 구분해주는 것이 꽤 도움이 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도 이것이었다. 아기가 잘 자게 해주겠다고 낮에도 밤처럼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었다. 낮에는 햇빛을 보고 생활 소리를 들으며 지내고, 밤에는 어둡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아기에게는 낮과 밤을 구분하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었다.
3개월 아기는 아직 완벽한 수면 루틴을 만들 필요가 있는 시기도 아니다. 밤중에 깨는 것도 자연스럽고, 수유가 필요하면 당연히 먹어야 한다. 다만 낮과 밤이 완전히 뒤집힌 것처럼 느껴진다면 낮잠을 무조건 어둡게 재우기보다 낮에는 밝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밤에는 조용하고 어둡게 해주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때의 나는 밤잠이 무너진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는데, 아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안심이 됐다. 이 작은 몸으로 하루하루 자라느라 힘들 텐데도 환경을 만들어주면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면서 커가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기특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기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 완벽한 환경이 아니라,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주는 것이었구나 싶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가 우리 가족의 무너졌던 밤을 다시 찾아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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