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의 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자기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뿐 아니라 할머니 이름이나 인형 이름까지 구분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정말 말을 하기 시작했구나’ 싶어 신기하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모습이 있었다. 다른 사람을 부를 때는 엄마, 아빠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을 말할 때는 ‘나’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기를 부를 때 늘 이름을 불러왔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혀가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듯한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을 듣고 있기도 했다.
1. 두돌아기가 자기 이름을 3인칭으로 말하는 이유
두돌 무렵 아이가 “OO이 물 먹어”, “ OO이가 할래”, “ OO이랑 엄마랑 가”처럼 자신의 이름을 넣어 말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아직 ‘나’, ‘내가’, ‘내 것’과 같은 1인칭 대명사를 완전히 익혀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은 자신을 가리키는 가장 익숙하고 확실한 단어다. 부모가 평소 “ OO아 밥 먹자”, “ OO이가 이거 했네”, “ OO이 어디 갔지?”처럼 이름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 역시 자기 자신을 표현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언어청각협회(ASHA)의 2~3세 의사소통 발달 자료에서도 이 시기에 단어를 조합하고 점차 문법적인 표현을 넓혀가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으며, CDC의 30개월 발달 기준에는 ‘I, me, we’와 같은 1인칭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즉, 두돌 무렵 자기 이름을 사용하는 모습과 이후 ‘나’, ‘내가’ 같은 표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아이도 말이 트이면서 엄마, 아빠, 할머니, 인형 이름처럼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가 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사용했다. 아마 평소 엄마 아빠가 계속 이름을 불러줬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른이 자기 이름을 스스로 말하면 조금 유아적인 느낌이 드는데, 그 모습을 아기들이 자주 보여서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특히 아직 혀가 완전히 익숙하지 않아 조금 서툰 발음으로 자기 이름을 말하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저 귀여워서 듣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것 역시 아이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굳이 “자기 이름 말하면 안 돼, ‘나’라고 해야 해”라고 바로 고쳐줄 필요는 없다. 아이가 말한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면서 올바른 표현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 자기 이름을 말할 때 부모가 한 단계씩 언어를 확장해주기
두돌 무렵에는 아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따라 하게 하기보다 아이가 말한 표현을 부모가 조금 더 길게 만들어주는 것이 언어 확장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OO 물!”이라고 하면 “OO이가 물 먹고 싶구나”, “OO이가 물 마시네”처럼 한두 단어를 더 붙여주는 식이다. 아이가 “OO 자동차”라고 한다면 “OO이가 자동차 타네”라고 자연스럽게 확장해줄 수 있다. 아이의 말을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표현에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얹어주는 것이다. CDC에서도 아이가 아직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아이가 말한 의미를 파악해 조금 더 완전한 문장으로 확장해주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특히 우리 아이처럼 자기 이름을 3인칭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생활 속에서 1인칭 표현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것도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OO이 꺼!”라고 말하면 “응, 내 거구나” 또는 “내꺼야”라고 다시 들려줄 수 있고, “OO이가 할래”라고 하면 “응, 네가 할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줄 수 있다. 아이가 바로 ‘나’, ‘내가’, ‘내 것’을 따라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언어는 듣고 이해한 뒤 따라 하고,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이가 자기 이름을 말할 때마다 굳이 멈춰 세워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표현을 들려주려고 한다. 아직은 잘 모르는 것 같아도 매일 듣는 말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표현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OO이 과자 먹어”라고 하면 “응, OO이가 과자 먹고 싶구나”라고 받아주고, “OO이 엄마랑 가”라고 하면 “응, 엄마랑 같이 가자”라고 말해주는 식이다. 이렇게 평소 대화 속에서 조금씩 확장해주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서 언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3.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일상에서 많이 이야기해주기
두돌아기의 언어를 늘려주고 싶다면 특별한 교재나 학습을 준비하기보다 아이가 지금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을 말로 연결해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요리를 하면서 “엄마가 당근 썰고 있어”, “냄비에 넣어볼까?”, “물이 끓네”라고 이야기하고, 산책하면서 “강아지가 뛰어간다”, “빨간 자동차가 지나가네”, “새가 나무에 앉았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목욕을 할 때도 “팔 씻자”, “발도 씻어볼까?”, “물이 따뜻하네”처럼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말로 표현해줄 수 있다. ASHA 역시 2~3세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 아이가 하고 있는 일과 주변에서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의 발달에 맞춰 문장을 조금씩 길게 해주는 방법을 권한다.
이때 부모가 조심할 부분은 언어를 빨리 늘려주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다. “이게 뭐야?”, “무슨 색이야?”, “강아지는 어떻게 울어?”, “몇 개야?”라고 계속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바라보며 설명해주는 편이 자연스럽다. 아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면 “자동차가 부릉부릉 가네”, “빨간 자동차가 빠르게 간다”, “어? 자동차가 멈췄네”처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아이가 당장 따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듣는 것 자체가 언어 경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건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보다 한 단계 정도만 앞선 표현을 들려주는 것이다. “OO 자동차”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긴 문장을 들려주기보다 “OO이가 자동차 타네” 정도로 확장하고, 이후 아이가 “자동차 가!”라고 하면 “응, 자동차 간다”라고 다시 받아주는 식이다. 이렇게 단어에서 두 단어로, 두 단어에서 짧은 문장으로 조금씩 넓혀가면 된다.
아이의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표현을 듣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 말을 어떻게 더 가르쳐줄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이가 말한 단어 하나를 놓치지 않고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OO이 꺼!”라는 말에 “내 거!”라고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엄마 줘”에는 “엄마가 줄게”라고 답해주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대화가 모두 언어 자극이 될 수 있다. 자기 이름을 3인칭으로 말하는 것도 지금 아이가 할 수 있는 언어의 한 모습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이름을 말하느냐, ‘나’를 말하느냐보다 사용하는 단어가 조금씩 늘어나고, 두 단어를 연결하고,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말로 표현하려는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엄마 아빠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던 작은 아기가 어느새 자기 자신을 알고, 자기 이름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한다는 게 새삼 뭉클하다. 지금은 “OO이 꺼!”라고 말하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내꺼!”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귀여운 3인칭 표현을 마음껏 들으면서, 일상 속에서 조금씩 새로운 말을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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