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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엘리베이터 버튼 못누르게 하면 화내는 24개월아기, 아기의 선택권 존중해주기

by Leid 2026. 9. 21.

두돌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아이에게 생긴 아주 재미있는 습관이 하나 있다. 바로 버튼만 보면 자기가 눌러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자연스럽게 버튼 앞으로 가고, 식당에 있는 호출벨을 보면 손부터 뻗는다. 집에서는 리모컨이나 전등 스위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버튼이 신기한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가 먼저 눌러버리면 “내가!” 하면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사실 어른 입장에서는 그냥 버튼 하나 누르면 되는 일이다. 엄마가 대신 눌러주면 그만이고, 굳이 아이가 누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가 버튼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눈으로 “내가 해볼래” 하는 모습을 보면 또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1. “내가 누를 거야!” 버튼에 집착하는 두돌아기

처음 아이가 버튼에 관심을 보였던 날이 기억난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평소에는 그냥 엄마 아빠를 따라오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늘 엄마 아빠가 누르는 모습이 신기했나 보다. 아이를 안아 버튼을 누르게 해줬더니 자기가 누른 버튼에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신기해하던지 한참을 바라봤다. 내가 누른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눌렀더니 바로 눈앞에서 무언가가 달라지는 경험이 아이에게는 꽤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엘리베이터만 타면 버튼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두돌 무렵 아이에게 버튼은 단순한 버튼이 아니다. ‘내가 누른다 → 불이 들어온다’, ‘이 버튼을 누른다 → TV가 켜진다’, ‘이 버튼을 누른다 →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처럼 자신의 행동과 결과가 바로 연결되는 아주 재미있는 도구다. 실제로 CDC의 2세 발달 항목에도 장난감의 스위치나 손잡이, 버튼 등을 사용하려고 시도하는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두돌 무렵 강해지는 자율성까지 더해지면서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가 누르려고 하는데 엄마가 먼저 버튼을 눌러버리면 아이 입장에서는 단순히 버튼을 하나 놓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해버렸다’는 좌절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울면서 “내가!” 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래서 요즘은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직접 해보게 하려고 한다. 특히 엘리베이터에 아무도 없을 때는 아이를 안아 직접 우리 집 층을 눌러보게 한다. 처음에는 그저 불빛이 들어오는 것이 신기했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씩 의미도 알아가는 것 같다. “우리 집 몇 층이지?” 하고 물어보면 숫자를 보고 버튼을 찾는다. 덕분에 아이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배운 숫자도 우리 집 층수였다. 엄마에게는 매일 누르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지만 아이에게는 매일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숫자와 결과를 연결해보는 작은 학습이 된 셈이다.


2.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건 모든 것을 아이가 결정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버튼이라는 버튼은 전부 누르게 해줄 수는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우리가 가는 층 하나만 누르면 되고, 식당 호출벨을 아무렇게나 누르면 직원이 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버스의 하차벨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에게는 똑같은 버튼처럼 보이겠지만 어른에게는 각각의 버튼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책임이 다르다. 그래서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식당 호출벨처럼 함부로 누르면 안 되는 버튼은 처음부터 누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건 누르면 안 돼”라고 짧게 알려주고 손을 막는다. 모든 상황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돌아기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네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해도 돼’라는 뜻이 아니라 부모가 정해놓은 안전한 범위 안에서 아이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할 기회를 주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우리 집 층을 누르는 것은 안전하게 할 수 있으니 “오늘은 네가 눌러볼까?”라고 맡길 수 있다. 반대로 여러 층의 버튼을 마음대로 누르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는 버튼을 장난처럼 누르는 것은 막아야 한다. 차가 다니는 곳에서 손을 잡을지 말지, 카시트를 할지 말지, 뜨거운 냄비를 만질지 말지처럼 안전과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들은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다. AAP 역시 두돌 무렵 아이에게 작은 선택권을 주되, 부모가 한계를 정하고 일관되게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아이가 버튼을 누르고 싶어 할 때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이건 안 돼”라고 무조건 막기보다는 “이 버튼은 누를 수 있어”와 “이 버튼은 누르면 안 돼”를 구분해 알려주는 것​이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이라면 충분히 눌러보게 하고, 누르면 안 되는 버튼이라면 울더라도 그 기준은 지킨다. 처음에는 아이가 왜 어떤 버튼은 되고 어떤 버튼은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복해서 같은 기준을 보여주다 보면 조금씩 구분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과 부모가 경계를 세우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이번에는 네가 눌러보자” 작은 선택이 아이에게는 자신감이 된다

한번은 아이와 함께 시내버스를 타본 적이 있다. 버스에 있는 하차벨을 보더니 역시나 누르고 싶어 했다. 자꾸 손을 뻗어서 계속 못 누르게 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했을 것 같다. 다른 버튼은 눌러봤는데 이 버튼은 왜 안 되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서 계속 기다리다가 우리가 정말 내릴 차례가 되었을 때 “이제 눌러도 돼” 하고 한 번 눌러보게 했다. 정말 딱 한 번이었다. 그런데 자기가 직접 누른 하차벨에서 소리가 나자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별것 아닌 버튼 하나가 아이에게는 이렇게나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무조건 못 누르게 하는 것보다 기다렸다가 가능한 순간에 직접 해보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배웠다.
집에서 사용하는 리모컨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리모컨을 손에 쥐고 이것저것 눌러보더니 어느 순간부터 어떤 버튼을 누르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아, 덥다. 에어컨 켤까?”라고 말하면 아이가 먼저 리모컨을 찾아 전원 버튼을 누른다. 엄마가 말한 상황과 자기가 해야 할 행동을 연결하고, 버튼을 누른 뒤 에어컨이 작동하는 것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배우고 있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해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려고 한다. 엄마가 버튼을 누르면 1초면 끝날 일을 아이가 하면 몇 초가 더 걸릴 수도 있다. 어떤 날은 잘못 누르기도 하고 다시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아이가 직접 해보고 성공했다는 경험을 얻는 것 같다. “네가 했네!”, “찾았어?”, “잘 눌렀다!”라고 말해주면 아이가 얼마나 뿌듯해하는지 모른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 아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도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매번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식당 호출벨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버튼은 아이가 아무리 울고 싶어 해도 누르게 하지 않는다. 대신 “이건 누르면 안 돼. 다른 사람이 와야 하는 버튼이야”라고 짧게 알려준다. 두돌아기에게 긴 설명을 해봐야 아직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아무 설명 없이 빼앗기만 하기보다는 같은 말을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한 상황이 오면 “이번에는 네가 해볼까?”라고 기회를 준다.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아이에게는 세상을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내가 누르면 불이 켜지고, 내가 누르면 문이 열리고, 내가 누르면 에어컨이 켜진다. ‘내가 움직이면 세상도 움직인다’는 경험​을 아주 작은 버튼을 통해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가 “내가!”라고 할 때 무조건 고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 기다려주고,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직접 해보게 하고, 안 되는 일은 분명하게 막아주려고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알아가면서도, 내가 직접 해볼 기회를 충분히 갖는 것​일 테니까.


두돌아기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대신 해주면 훨씬 빠르고 편한 일이 많다. 하지만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내가 해볼래” 하는 순간을 보고 있으면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엘리베이터 버튼 앞에서 작은 손을 뻗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해봤다’는 작은 자신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