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크면서 엄마 아빠의 행동을 따라 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엄마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는 정도였다. 내가 빗자루를 들면 빗자루를 들고, 청소기를 돌리면 옆에서 청소하는 시늉을 하고, 설거지를 하면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그런데 두돌 무렵이 되니 모방의 수준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자기만의 상황을 만들어 역할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장난감 냄비에 음식을 넣고 요리하는 척하고, 엄마에게 밥을 차려주며 “먹어”라고 하기도 한다. 인형에게 양치질을 시켜주고 기저귀를 채워주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정말 많이 컸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1. 장난감보다 생활용품을 좋아하는 24개월 아기
두돌이 되면서 아이가 장난감보다 엄마가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에 더 관심을 보이는 순간이 많아졌다. 특히 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놀던 장난감을 두고 어느새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내가 냄비를 꺼내고 식재료를 손질하면 옆에 서서 한참을 구경한다. 예전에는 그저 내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표현을 분명하게 한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은 식재료를 직접 만져보게 하고, “이건 감자야”, “이건 당근이야”, “엄마가 지금 잘라서 요리할 거야” 하면서 하나씩 설명해주곤 했다. 아이는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에도 굉장히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다.
생각해보면 아이 입장에서는 장난감 주방보다 엄마가 실제로 요리하는 주방이 훨씬 생생한 놀이터일지도 모르겠다. 장난감 냄비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엄마가 실제 냄비에 무언가를 넣고 저으면 냄새도 나고 소리도 나고,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눈앞에서 펼쳐진다. 두돌 무렵에는 주변 어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일상생활 자체가 놀이가 되기도 한다. CDC 역시 2~3세 무렵에는 어른이나 또래의 행동을 따라 하고 상상놀이를 시작하는 모습을 중요한 발달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장난감보다 생활용품에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장난감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지금 자신이 매일 보고 있는 엄마와 아빠의 세계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하고,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니 귀엽게 느껴졌다.본문1
2. 단순한 모방에서 역할놀이로, 엄마가 하는 일을 그대로 따라 하기
특히 두돌이 지나면서 가장 신기했던 건 아이의 모방이 역할놀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내가 컵을 들면 아이도 컵을 들고, 내가 빗자루를 들면 아이도 빗자루를 드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장난감 냄비에 장난감 음식을 넣고 한참을 젓더니 엄마에게 가져와서 먹으라고 한다. 인형을 눕혀놓고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인형의 이를 닦아주거나 기저귀를 채워주기도 한다. 내가 아이에게 해줬던 행동들을 어느 순간 아이가 인형에게 그대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엄마가 하는 행동을 단순히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해줬지’라는 경험을 자기 놀이 속에서 다시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더 재미있는 건 자신이 한 행동을 굉장히 뿌듯해한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밥을 차려주고는 내가 “우와 맛있겠다. 고마워!”라고 말하면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인형에게 양치질을 해준 뒤에도 자기가 잘했다는 듯 한참을 바라본다. 아마 아직 아이가 ‘역할놀이의 발달’이라는 것을 알 리는 없지만, 엄마와 아빠가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그것을 자기 방식으로 재현하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것 같다. AAP에서도 두살 무렵 아이들이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고 상상놀이를 시작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이런 놀이가 언어와 사회적 경험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하는 놀이를 굳이 정답대로 이끌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가 냄비를 들고 오면 “요리하네?” 하고 말을 붙여주고, 음식을 가져오면 “엄마한테 맛있는 밥을 차려줬구나”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가 만든 작은 놀이 속에 엄마가 들어가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굉장히 즐거워한다.
3. “엄마 도와줘~?” 두돌아기와 집안일을 함께 해보기
그러다 보니 요즘은 집안일을 할 때 아이를 완전히 떼어놓기보다 가능한 일은 조금씩 같이 해보려고 한다. 어느 날 빨래를 개고 있는데 아이가 달려와서는 “엄마 도와줘~?”라고 했다. 사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물론 아이가 빨래를 개준다고 해서 일이 빨리 끝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가지런히 개어놓은 양말을 다시 펼쳐놓기도 하고, 수건을 엉뚱한 곳으로 옮겨놓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것도 엄마를 도와주는 중요한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와, 엄마 도와줬네. 고마워!”라고 말해주면 아이가 세상 뿌듯한 얼굴로 배시시 웃는다. 실제로는 엄마의 일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만,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조금 더 같이 해보고 싶어진다.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는 것이 꼭 거창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플라스틱 그릇을 옮겨보게 하거나, 행주로 식탁을 닦아보게 하거나, 빨래 중에서도 양말이나 수건처럼 안전한 것을 옮겨보게 할 수 있다. 요리할 때도 뜨겁거나 날카로운 도구는 당연히 가까이하지 않게 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만져보거나 빈 그릇에 재료를 넣어보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CDC에서도 두돌 무렵 아이에게 냅킨이나 플라스틱 컵을 식탁으로 옮기게 하는 등 간단한 집안일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집안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욕심을 내서 같이 쿠키 만들기도 해봤다. 반죽을 만들어 밀대로 밀어놓으면 아이가 쿠키 틀을 가져와 꾹꾹 눌러 모양을 찍어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 손으로 하나씩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신나 했다. 완성된 쿠키를 보더니 아빠에게 달려가 자기가 만든 것이라고 자랑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고 주방은 엉망이 되고, 끝나고 나면 치울 것도 한가득이었다. 그래도 쿠키를 들고 해맑게 웃던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래서 같이 해보는구나’ 싶었다. 아이에게는 쿠키 하나를 만드는 일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경험이었을 테니까.
요즘 아이를 보면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것보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에 아이를 조금씩 초대해주는 것도 좋은 놀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에게는 귀찮고 반복적인 집안일이지만 아이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일 수 있다. 위험한 물건은 분명하게 구분하되,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안 돼”라고 막기보다 “이건 같이 해볼까?”라고 기회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꽤 특별한 하루가 되는 것 같다.
두돌아기가 장난감보다 생활용품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왜 이렇게 엄마가 하는 것마다 따라 하려고 하지?’ 싶었는데, 지금은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아이에게 엄마의 일상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었고, 모방놀이는 그 세상에 직접 들어가 보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아직은 엄마를 도와준다기보다 일을 더 만들어주는 날이 많지만, “엄마 도와줘~?” 하며 달려오는 지금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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