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가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옷을 입고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제 이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기특했는데,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는 입혀놓은 옷을 스스로 벗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옷을 입혀놓으면 벗고, 다시 입혀놓으면 또 벗는다. “옷 왜 벗어! 추우니까 얼른 입자!”라고 하면 도망가면서 “아니야!”라고 한다. 기저귀도 마찬가지다. 아직 배변훈련이 끝난 것도 아닌데 기저귀까지 벗어버리니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하다. 쫓아가서 다시 입히는 일이 하루의 작은 추격전이 되어버렸다.
1.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한 두돌아기, 왜 그러는 걸까?
두돌 전후가 되면서 아이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 중 하나는 “내가 할래”라는 마음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옷을 입혀주면 그냥 입고 있었는데 이제는 자기 몸에 무언가를 하는 일에도 자기 생각이 생긴다. 옷을 입고 벗는 것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입혀주는 것’에서 ‘내가 입고 벗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면서 옷에 대한 주도권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가 “옷 입자”라고 하면 갑자기 “아니야!”라고 하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옷을 입기 싫다는 것보다 “내가 지금 벗고 싶은데 왜 엄마가 입히려고 하지?”라는 마음이 더 클 수도 있다. 두돌 무렵에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강해지면서 부모가 하려는 행동에 반대하거나 스스로 해보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게다가 스스로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에게는 꽤 재미있는 능력일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렵던 행동을 어느 순간 혼자 할 수 있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니 부모가 보기에는 하루 종일 옷을 벗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 아이도 아직은 서툴지만 혼자 옷을 입고 벗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이런 행동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보면 자기 몸을 스스로 움직이고 조절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옷을 벗는 모습을 볼 때 무조건 고집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외출해야 하는데 옷을 벗고 도망가면 엄마는 정말 난감하지만, 그 안에 자율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2. 물에 젖은 옷을 벗는 아이,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불편함 때문
그렇다고 두돌아기의 옷 벗기를 전부 자율성 때문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실제로 옷이 불편해서 벗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옷의 소재가 까끌까끌하거나 목 부분이 답답할 수도 있고, 허리밴드가 조이거나 땀이 차서 덥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촉감도 아이에게는 굉장히 거슬릴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옷을 벗는 상황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모든 옷을 입을 때마다 벗는지, 특정 옷만 싫어하는지, 더울 때 심해지는지, 옷이 젖었을 때만 그러는지를 보면 단순한 ‘싫어’인지 실제 불편함 때문인지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 소재나 디자인만 계속 거부한다면 옷의 촉감이나 크기를 살펴보고, 땀을 많이 흘리는 상황이라면 옷을 조금 가볍게 입혀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아이에게서 특히 눈에 띄는 행동도 있다. 바로 물을 마시다가 옷에 물을 흘렸을 때다. 옷에 물이 조금만 묻어도 아이가 “축축해”라고 말하면서 바로 옷을 벗어버린다. 처음에는 ‘옷을 또 왜 벗어?’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는 정말 옷이 젖은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젖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을 말로 표현하고 스스로 벗어버리는 것이다. 아직 촉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을 자기 나름의 말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옷을 벗는 행동만 보고 “추우니까 입어!”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축축했어?” 하고 먼저 물어보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이의 행동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엄마 눈에는 ‘또 벗었네’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더워’, ‘축축해’, ‘싫어’, ‘내가 할래’ 중 하나일 수 있다. 아직 말로 모든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 행동으로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다만 특정 옷을 극도로 거부하거나 거의 모든 옷을 입을 때 심하게 괴로워한다면 단순한 자율성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피부가 가렵거나 발진이 있는지, 기저귀 부위가 아프지는 않은지처럼 신체적인 불편함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돌아기의 옷 거부를 이해할 때는 ‘말 안 듣는 행동’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자율성인지, 불편함인지, 혹은 두 가지가 함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3. 기저귀까지 벗는 두돌아기, 선택권은 주되 부모의 기준은 필요
기저귀도 비슷하다. 아이가 스스로 옷을 벗을 수 있게 되면서 기저귀까지 벗으려고 하는 일이 생겼다. 아직 배변훈련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귀를 벗고 돌아다니면 엄마 입장에서는 불안하다. 어디에서 실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저귀를 벗고 도망가는 아기를 잡으러 다니는 일이 생각보다 정말 힘들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아이가 꺄르르 웃으며 도망갈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기저귀가 불편해서 벗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쫓아오는 것이 재미있는 놀이가 된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힘들어서 한숨이 나오다가도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면 또 같이 웃게 된다. 두돌 육아가 참 그런 것 같다.
두돌 전후에는 자신의 몸과 배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저귀를 벗으려고 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젖은 기저귀를 불편해하거나 배변 후 기저귀를 벗으려는 모습은 배변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기저귀를 벗는다고 해서 바로 배변훈련을 시작할 준비가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배변훈련에는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운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표현하고, 화장실로 이동하고, 변기에 앉는 등 여러 능력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이가 기저귀를 벗고 싶어 한다고 해서 바로 기저귀를 떼기보다는 현재 아이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려고 한다.
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잠깐 옷을 벗고 있어도 괜찮은 상황이라면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지만, 외출할 때는 옷을 입어야 한다. 그 대신 “파란색 티 입을까, 노란색 티 입을까?”처럼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줄 수 있다. 기저귀도 “기저귀를 할까 말까”를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새 기저귀 가져올게. 누워서 갈까, 서서 갈까?”처럼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두돌아기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엄마 아빠가 정해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옷을 벗고 기저귀를 벗는 모습이 처음에는 그저 고집처럼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그 안에도 ‘내가 할래’, ‘이건 불편해’라는 아이만의 이유가 있었다. 아직은 엄마가 도와줘야 할 때가 많지만, 자기 몸과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를 보면서, 오늘도 잘 크고 있구나 싶다.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엘리베이터 버튼 못누르게 하면 화내는 24개월아기, 아기의 선택권 존중해주기 (0) | 2026.09.21 |
|---|---|
| 잘 놀다가 소리지르고 우는 두돌아기, 의욕과 서툼의 경계에 있는 아기의 감정 다독여주기 (0) | 2026.09.19 |
| 모방놀이, 역할놀이 좋아하는 24개월 아기, 아기와 집안일 해보기 (0) | 2026.09.18 |
| 유모차, 카시트 거부하는 18개월 아기, 자율성 발달하는 아기 케어 후기 (0) | 2026.09.17 |
| 걸음마 시작하는 아기 첫 신발, 아기 신발 고르는 방법과 후기 (0) | 2026.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