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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잘 놀다가 소리지르고 우는 두돌아기, 의욕과 서툼의 경계에 있는 아기의 감정 다독여주기

by Leid 2026. 9. 19.

두돌 정도가 되니 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말도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울음이나 손가락으로만 알려주던 것들을 이제는 말로 표현하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알아듣고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는데 엄마 아빠가 알아듣지 못했을 때다. 잘 놀다가도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보채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갑자기 왜 이러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은 분명한데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아직 서툰 시기라서 생기는 답답함이었던 것 같다.


1. 말은 늘었는데 왜 못 알아들으면 더 화를 낼까?

두돌 무렵이 되면서 아이의 세상은 정말 빠르게 넓어지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엄마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그런데 생각이 많아지는 속도만큼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이 입장에서는 분명히 무언가를 이야기했는데 엄마가 엉뚱한 대답을 하면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른이라면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야”라고 다시 설명할 수 있지만 두돌아기에게는 그 과정이 아직 어렵다. 결국 답답한 마음이 울음이나 소리 지르기, 짜증으로 먼저 튀어나오게 된다.
특히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면 자기 나름대로는 꽤 정확하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엄마 이거!”라고 이야기하면서 무언가를 가리키는데 내가 “이거 가져달라고?”라고 물으면 더 크게 소리를 낸다. 다시 물어보면 또 말은 하는데 발음이 아직 정확하지 않으니 엄마 입장에서도 도무지 정답을 찾기가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그러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제야 ‘아, 정말 답답했구나’ 싶어진다. 두돌 무렵에는 두 단어 이상을 연결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하지만, 감정을 조절하고 복잡한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는 능력은 아직 발달하는 중이다. 그래서 언어가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감정까지 능숙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만큼 원하는 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때 좌절감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2. 잘 놀다가 갑자기 소리 지르고 우는 것도 감정 표현의 한 방법

요즘 아이를 보면 감정이 참 솔직하다. 좋으면 좋아서 온몸으로 표현하고, 싫으면 싫다고 바로 표현한다. 그런데 아직 감정을 적당한 크기로 조절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보니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크게 올라올 때가 있다. 특히 자기가 원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엄마 아빠가 자기 말을 알아들으면 신나서 웃고 계속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에는 표정이 굳고 목소리가 커진다. 그러다 결국 울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예전 같으면 나도 순간적으로 당황했을 것 같다. ‘방금 전까지 잘 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울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아이가 일부러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의욕은 가득한데 아직 그 마음을 다루는 방법이 서툰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돌아이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아주 크게 느끼지만 그것을 조절해서 표현하는 능력은 아직 자라는 중이다. 그래서 화가 나면 화난 만큼 울고, 답답하면 답답한 만큼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어른에게는 별일 아닌 상황도 아이에게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 순간에 이것저것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감정이 한껏 올라온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일단 옆에서 지켜보면서 스스로 진정할 시간을 준다. 물론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누군가를 때리는 상황이라면 바로 막아줘야 하지만, 단순히 속상해서 우는 상황이라면 조금 기다려주는 편이다. 예전에는 울면 빨리 그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자기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 “엄마아빠가 못 알아들어서 화가 났어?” 기다려주는 것도 육아인 것 같다

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나면 그때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아빠가 잘 못 알아들어서 화가 났어?” 하고 물어보면 아이가 “응~” 하고 대답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럴 때는 울지 말고 다시 이야기해줘. 엄마가 다시 들어볼게”라고 말해준다. 아직 두돌아기라서 이 말을 한 번 듣는다고 다음부터 바로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음 날 또 같은 일이 생기고, 그다음 날에도 또 생긴다. 그래도 반복해서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네가 왜 화가 났는지 엄마가 알고 있고, 엄마가 네 말을 다시 들어줄 거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는 꼭 말만 고집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같이 봐주고, 물건을 직접 가져오게 하거나 몸짓으로 보여주게 해도 된다. “이거 말하는 거야?”, “자동차야?”, “가져와서 보여줄래?”처럼 짧게 확인해주면서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열어주는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아냈다면 “아, 이거였구나. 엄마가 이제 알았어”라고 다시 정확한 단어를 들려주면 된다. 굳이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고 재촉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감정을 가라앉힌 뒤 다시 표현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 자체가 연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순간들이 꽤 지치기도 한다. 말이 통하는 것 같아서 이제 조금 편해졌나 싶었는데, 오히려 말이 늘면서 새로운 종류의 떼와 울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인 것 같다. 예전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울었다면 이제는 자기 생각이 생겼고, 그것을 엄마 아빠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답답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울음도 언젠가는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아직은 엄마 아빠가 알아듣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고 울지만, 그때마다 기다려주고 다시 이야기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 “엄마가 잘 못 알아들었구나. 다시 이야기해줘.” 그 말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울음 대신 조금 더 정확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설명할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두돌아기를 키우면서 점점 느끼는 건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랄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은 앞서는데 아직 서툰 아이를 보면서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 서툰 과정까지 함께 기다려주는 것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