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아일기

두돌아기 고집이 세진 이유, 싫어병, 아니야병, 내가내가병 겪는 중인 아기

by Leid 2026. 9. 11.

두돌을 전후로 아기에게 흔히 찾아온다는 ‘돌림병’ 같은 게 있다. 바로 싫어병, 아니야병, 내가내가병이다. 말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입에서 부정적인 말이 부쩍 많아지고, 엄마 아빠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싫어!”, “아니야!”, “내가!”가 먼저 나온다. 두돌을 조금 지난 우리 아이도 요즘 이 시기를 제대로 겪고 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세졌나 싶었는데, 지금은 이것도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다.


1. “싫어!”가 입에 붙은 두돌아기, 왜 이렇게 고집이 세졌을까

우리 아이는 거의 9개월째 ‘아니야’를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귀여웠다. 뭐든 “아니야”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몇 달째 이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인 나도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 가자고 하면 “안 가.” 목욕하자고 하면 “싫어.” 옷을 입혀주려고 하면 “내가, 내가!” 하면서 손을 뿌리치고 온몸으로 화를 낸다. 정말 별것 아닌 일에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세 기분이 상해버린다.
그런데 두돌 무렵의 이런 모습을 단순히 ‘고집이 세졌다’고만 생각하면 아이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아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내가 직접 하고 싶다’, ‘내가 선택하고 싶다’, ‘내 생각을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CDC에서도 2~3세 무렵을 아이가 독립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설명하고 있다. 예전에는 엄마가 “신발 신자” 하면 별 생각 없이 따라왔던 아이가 이제는 “싫어!”라고 말하는 것도 신발이 정말 싫어서라기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라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의 ‘아니야’도 비슷했다. 내가 질문을 해서 정말 싫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아니야”부터 하고 보는 날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대체 뭐가 아니야?’ 싶지만, 아이에게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라는 걸 확인하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AP에서도 두돌 무렵 아이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주변의 규칙을 확인하는 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요즘 부쩍 고집이 세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꼭 버릇이 나빠져서 생긴 변화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자기 생각이 생기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라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2. 싫어병보다 더 힘든 건 ‘내가내가병’이었다

개인적으로 두돌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싫어’보다 ‘내가내가’인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건 알겠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을 때가 많다. 아침에는 어린이집에 가야 하고, 저녁에는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워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양말 하나를 신는 데도 “내가!” 하고, 옷을 입혀주려고 하면 “내가내가!” 하면서 손을 뿌리친다. 마음 같아서는 “엄마가 해줄게, 빨리하자”라고 하고 싶지만 그 말 한마디가 오히려 아이의 화를 더 키우기도 한다.
두돌 아기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지만 감정과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아주 강한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 감정을 조절하는 건 어렵다.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가야 할 때 “안 가!” 하고 버티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시간이 갑자기 끝난다’는 큰 좌절로 느껴질 수 있다. 배가 고프거나 피곤할 때 유독 떼가 심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 부부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아이가 화가 났을 때 바로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이미 울면서 “싫어! 아니야!”를 반복하고 있다면 그때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일단 아이가 조금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으면 나도 마음이 급해지고, 특히 시간이 촉박할 때는 나 역시 화가 올라온다. 그래도 최대한 감정을 더 키우지 않으려고 잠시 기다려주는 편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하고 나면 그때 마음을 말로 대신 표현해준다. “네가 하고 싶었구나.” “싫은데 엄마가 하자고 해서 화가 났구나.” 이렇게 말해주려고 한다. 아직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에게 엄마가 그 마음을 말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목욕할 시간이 되면 목욕은 해야 하고, 잘 시간이 되면 자야 한다.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날에는 결국 가야 한다. 그래서 “싫었구나. 그래도 목욕은 해야 해.”처럼 감정은 인정하지만 해야 하는 일에는 선을 긋는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과 아이가 원하는 대로 모두 해주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3. ‘내가!’라고 하는 만큼 스스로 해볼 기회도 주려고 한다

요즘 우리 부부가 또 하나 노력하는 건 아이가 직접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위험하지 않다면 최대한 해보게 두는 것이다. 두돌쯤 되니 예전에는 엄마가 대신 해주던 일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다. 옷을 입을 때도 그렇고, 신발을 신을 때도 그렇고, 뭔가를 옮기거나 정리할 때도 “내가!”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직 서툴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 대신 해주고 싶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화를 낸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기다려주려고 한다. 물론 위험한 일이나 꼭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막지만,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면 서툴더라도 직접 해보게 한다. 두돌 아이에게는 이런 작은 선택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가 할 수 있다’는 경험이 되는 것 같다. AAP에서도 이 시기에는 부모가 정한 범위 안에서 작은 선택권을 주어 아이가 통제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권한다. “양치할 거야?”라고 물으면 “싫어”라고 할 가능성이 높지만, “빨간 칫솔로 할까, 파란 칫솔로 할까?”라고 물으면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비슷하게 적용하려고 한다. “옷 입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이거 입을까, 이거 입을까?” 하고 선택하게 하고,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래, 네가 해봐” 하고 기다려준다. 물론 매번 잘 되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선택지를 줘도 “아니야!”라고 하고, 직접 하게 해줘도 마음에 안 들면 또 운다. 그럴 때면 ‘아직 두돌이니까’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특히 ‘안 돼’라는 말을 줄이고 가능한 행동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도 노력하는 부분이다. 위험한 행동이라면 분명하게 제한해야 하지만, 그 뒤에 할 수 있는 행동을 알려주는 식이다. “소파에서는 뛰면 안 돼. 바닥에서 점프하자.”처럼 금지만 하기보다 대안을 알려주는 것이다. 엄마가 계속 “안 돼,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이 입장에서도 하루 종일 안 된다는 말만 듣는 건 답답할 것 같다.
사실 두돌의 싫어병, 아니야병, 내가내가병을 겪다 보면 엄마 아빠도 정신적으로 꽤 힘들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아이가 울면 나도 모르게 지치고 화가 난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세졌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아이는 지금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정해주는 대로만 움직이던 아이가 “나는 싫어”, “나는 이걸 하고 싶어”, “내가 해볼래”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의 “싫어!”를 들을 때마다 예전처럼 무조건 고쳐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싫다는 마음은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해주되, 꼭 해야 하는 일에는 분명한 선을 알려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기다려주는 것.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인 것 같다.


두돌의 고집은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꽤나 긴 연습 기간인 것 같다. 나 역시 매일 인내심을 시험받는 기분이지만, “내가!”라고 외치는 아이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참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의 싫어병과 아니야병, 내가내가병도 결국 자기 생각을 가진 한 사람으로 자라가는 과정일 테니까. 오늘도 올라오는 내 감정을 한 번 더 참아보면서, 아이가 스스로 크는 시간을 조금 기다려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