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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24개월 전후 갑자기 겁이 많아진 이유, 겁이 없던 아기에서 겁쟁이가 된 아기

by Leid 2026. 9. 12.

아기를 키우다 보면 한동안은 위험한 것도 무서운 것도 잘 모르고 달려들어서 엄마 아빠를 더 긴장하게 만드는 시기가 있다. 어릴 때는 뭐가 위험한지도 모르니 눈앞에 있는 건 일단 만져보고 올라가고 뛰어가곤 했다. 그런데 두돌을 전후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아이가 “무서워”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섭다는 말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겁이 없던 아이가 갑자기 겁쟁이가 된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그런데 대체 왜 갑자기 무서운 게 많아진 걸까 궁금해졌다.


1. 겁이 없던 아기가 갑자기 “무서워”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이를 키우면서 무엇이 위험한지 모르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계단을 보면 올라가려고 하고, 높은 곳에서도 겁 없이 움직이고, 큰 강아지가 지나가도 별다른 반응 없이 쳐다봤다.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세상을 겁내지 않는 게 대견하다기보다 혹시 다칠까 봐 계속 뒤를 쫓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무언가를 보고 움찔하거나 엄마에게 달려오는 일이 생겼다. 처음 들었던 말이 바로 “무서워”였다.
사실 ‘무섭다’라는 감정을 알고 그걸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예전에는 싫거나 놀라운 일이 생기면 울거나 엄마에게 안기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을 하나둘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방이 어두워지면 무섭다고 하고, 큰 동물을 보면 엄마에게 달려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 가지고 놀던 공룡 장난감을 보고도 “무서워”라며 안길 때가 있었다. 공룡을 가지고 신나게 놀던 아이가 갑자기 공룡을 무서워하니 처음에는 그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했다.
두돌 무렵 아이에게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한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 커지고,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소리나 움직임, 크기, 낯선 상황 등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AAP에서도 24개월 무렵 아이들이 큰 소리나 동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등에 새로운 두려움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무서운지조차 몰랐던 것을 이제는 ‘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겁이 많아졌다는 건 한편으로 아이가 세상을 조금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 큰 개가 갑자기 다가오면 놀랄 수 있다는 것, 깜깜한 곳은 내가 잘 볼 수 없다는 것을 조금씩 경험으로 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조심스러워진 모습을 보고 ‘왜 이렇게 겁이 많아졌지?’라고만 생각하기보다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2. 상상력이 커지면서 없던 무서움도 생기는 것 같다

두돌을 지나면서 우리 아이가 또 달라진 부분이 있다. 역할놀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형에게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상황을 만들어 놀기도 한다. 예전에는 눈앞에 있는 장난감을 단순히 만지고 가지고 노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장난감에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상징적인 놀이와 함께 상상력도 조금씩 발달하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는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머릿속으로 떠올린 것도 조금씩 무서운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두운 방이 무섭고, 문 뒤가 괜히 신경 쓰이고, 갑자기 들리는 낯선 소리가 무서울 수 있다. 엄마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에게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충분히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룡을 가지고 잘 놀던 아이가 어느 날 공룡을 보고 “무서워”라고 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 아이는 아빠가 뒤에서 쫓아오는 놀이를 정말 좋아했다. 아빠가 “잡으러 간다!” 하면서 쫓아가면 깔깔 웃으면서 도망가던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은 똑같은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무서워!” 하면서 울었다. 아빠는 장난이었고 아이도 얼마 전까지 즐거워했던 놀이인데 갑자기 무섭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가 상황을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나를 쫓아온다’는 상황을 이제는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는 놀이와 무서운 상황의 경계를 오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무서워할 때마다 “그게 뭐가 무서워?”라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엄마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어도 아이가 실제로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 감정 자체는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무서워”라고 하면 “무서웠어?”,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놀랐구나”, “엄마 여기 있어”라고 먼저 말해주려고 한다. 무서워하는 대상을 당장 없애려고 하기보다 엄마가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요즘 아이가 가끔 일부러 무서운 척도 한다는 것이다. 정말 무서워하는 것과 장난으로 무서운 척하는 건 이제 엄마 눈에는 제법 구분이 된다. 진짜 무서울 때는 표정부터 달라지고 얼른 엄마에게 달려오는데, 장난칠 때는 어딘가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무서워~” 하면서 슬쩍 엄마 반응을 확인하는 모습이 너무 티가 난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그래도 “아이고, 우리 아기 무서웠어~?” 하면서 안아주면 아이가 참지 못하고 씩 웃는다. 무서운 척하면서 엄마를 놀리는 것 같은 그 표정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르겠다.


3. 무서움을 없애주기보다 엄마가 안전하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다

두돌 전후 아이가 갑자기 겁이 많아지면 부모 입장에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고민하게 된다. 나 역시 처음에는 “괜찮아, 안 무서워”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분명 무서운데 엄마가 “안 무서워”라고 하면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무서움을 바로 없애주려고 하기보다 먼저 인정해주려고 한다.
“무서웠구나.” “엄마가 여기 있어.” “같이 보자.” 이 정도로 짧게 말해준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가까이 데려가거나 “별거 아니야, 해봐”라고 강요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큰 강아지가 무섭다면 당장 만져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가 괜찮아지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아이가 원할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된다. 중요한 건 무서운 대상을 억지로 없애는 게 아니라 ‘무서웠지만 엄마와 함께 있으니 안전했다’는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 아빠의 반응도 꽤 중요한 것 같다. 두돌 아이는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부모의 표정과 반응도 많이 살피기 때문이다. 엄마가 큰 강아지를 보고 깜짝 놀라면 아이는 그것을 보고 더 무서운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반대로 엄마가 차분하게 “강아지가 지나가네. 엄마랑 같이 보자”라고 하면 아이도 조금씩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부모도 사람인지라 모든 상황에서 침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가 무서워하는 순간에는 최대한 차분하게 반응해주려고 한다.
예고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 것보다 “엄마 이제 청소기 켤 거야. 소리가 조금 클 거야”라고 미리 말해주면 아이가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두돌 무렵에는 아직 세상의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더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 미리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조금 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가 무서워할 때 엄마에게 달려오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위험한 곳에서 엄마가 아이를 지켜줘야 했다면 이제는 아이가 위험하거나 무서운 상황을 스스로 조금씩 인식하고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와 안길 때 “겁쟁이네”라고 하기보다는 잠깐 안아주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다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두돌 전에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해서 겁 없이 뛰어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무서워”라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갑자기 겁쟁이가 된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것 역시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었다. 세상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상상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자신의 감정까지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엄마 아빠에게는 또 하나의 육아 미션이 생긴 셈이라 쉽지는 않다. 그래도 무서운 순간 엄마에게 달려오는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오늘도 생각한다. 겁이 많아진 게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많이 알게 된 거라고. 그리고 가끔 무서운 척하며 씩 웃는 그 얼굴을 보면, 이 시기도 꽤 사랑스러운 성장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